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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s Note

프로스트의 시처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끝까지 남을 밖에 없을지 모르겠다. 자잘한 선택의 순간들은 다가오고. 작고 결정들은 오래오래 나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그때 그걸 선택하지 않았더라면하는 후회도 있었고, ‘정말 멋진 결정이었어하는 때도 있었다. 예측대로 되는 법은 거의 없었고 , 사는 일은 생경함을 동반한다. 살아내는 일은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는 낯설음이고, 서툼의 반복이다. 작업의 원천은 스치는 장면의 포착이다. 그것이 주어진 이미지이든, 미디어를 통해 내게 들어오든, 카메라로 순간을 포착하든 다르지 않다. 그리기는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삶의 찰라를 이미지라는 매개를 통해 물화하는 과정이다. 발끝에 채이는 사물에서,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스치는 타인에게서, 이국의 복판에서, 자극적인 뉴스에서 만나는 고요한 순간들을 잡아내고 싶었다. 낯설음을 지그시 바라보기. 거대한 시스템에 휘둘리고, 길을 찾을 없어 복잡하며, 부산스럽고, 들썩거리는 하루가 정신없이 돌아간다. 차갑게 식힌 손바닥을 가슴에 대고 소란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은 심정으로,너무 짧고 하루를 지낸다./2018.08

Exhibition

너무 짧고 하루 : The artplant Jo Gallery : 2018.9.12-2018.9.19

공원, 145.5x227.3cm, oil on canvas, 2018

새벽 공원, 80.3x116.8cm, oil on canvas, 2018

_기차역앞, 162.2x130.3cm, oil on canvas, 2018


Man walking on red, 145.5x112cm, oil on canvas, 2018

Man waiting in the street, 91x116.8cm, oil on canvas, 2018


온건한 금지, 72.7x60.6cm, oil on canvas, 2018

찰나와 겁의 동행, 김부희의 '너무 짧고, 하루'

김윤섭의 희망갤러리 <2018, 아츠앤컬쳐


인생을 쏜살처럼 스치고 지나치는 순간에 비유하기도 한다. 찰나의 순간이 모여 인생의 여정이 완성된다. 찰나는 '아주 랍고 빠른 시간' 비유한 말이다. 찰나는 산스크리트어의 ' 샤나' 소리나는대로 음역한 것이다. 1찰나는 75분의 1, 0.013초라고 한다. 흔히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에 64찰나가 지난다고 하니, 찰나는 시간의 최소 단위인 셈이다. 반대 개념의 단어로는 '무한히 시간' 뜻하는 '' 있다.

김부희 작가가 작품의 주제로 삼는 '너무 짧고, 하루'라는 말에서 찰나와 겁의 뉘앙스를 읽을 있다. 누구에게는 하루가 너무나 길게 느껴지지만, 반대로 어떤 이에게는 총알처럼 빨리 지나간다. 같은 사람이라도 처한 상황에 따라 시간의 길이는 제각각 다르게 닿기 마련이다. 그만큼 시간의 개념은 상대적으로 해석된다. 김부희의 작품들은 일상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상황들이 서로 다른 시간의 개념을 낳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시처럼, 가지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끝까지 남을 밖에 없을지 모르겠다. 자잘한 선택의 순간들은 다가오고, 작고 결정들은 오래오래 나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그때 그걸 선택하지 않았더라면'하는 후회도 있었고, '정말 멋진 결정이었어'라는 때도 있다. 예측대로 되는 법은 거의 없었고, 사는 일은 생경함을 동반한다. 살아내는 일은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는 낯설음이고, 서툼의 반복이다."


반복되는 삶의 연속성은 결국 'Y' 선택과정이다. 갈래의 길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도 크게 달라진다. 김부희 작가 역시 그렇게 스치는 여러 상황의 순간들을 포착한 이미지로 화면을 구성해냈다. 자칫 낯설게 느껴질 있는 삶의 찰나들에 손맛을 최대한 살린 감성적인 터치로 조형적인 깊이가 더해진다. 과정에서 화면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름 모를 소녀이거나, 노부부 혹은 자전거 사람, 공원 다양하다. 굳이 공통점을 찾으라면 특정하지 않은 지극히 평범함 일상의 인물들과 소재라는 점이다.


가령 작품 <평화> 인물과 공간의 대조적이고 극적인 만남을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노랗게 채워진 방안 한쪽 끝에 가로의자가 놓였다. 거기에 걸터앉은 여인의 인상이 남다르다. 넑을 놓은 무심히 무료하게 벽에 등을 기댄 모습에서 여러 감정들이 읽힌다. 특히 바로 옆엔 위쪽으로 길게 트인 문이 배치되었는데, 깊이를 없는 어두운 공간의 존재감은 여인의 복잡한 감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버스 정류장에 우두커니 앉은 여인을 표현한 작품 <숨고르기>, 한적한 레스토랑 소파에 나란히 앉아 물끄러미 장면을 응시중인 <노부부> 작품도 같은 맥락이다.

김부희가 그림에 등장하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 전하려는 감정 중에 '고요함' 빼놓을 없을 것이다. 군중 속의 외로움, 로요 속의 외침 서로 다른 상반된 감정과 감성이 교차하는 순간의 경계를 보여준다. 많은 인파속에서 스치는 타인과의 극적인 만남들, 하지만 이내 거품처럼 사라지는 허망한 만남들이 난무하는 일상의 반복. 우리가 힘을 다해 버티고 살아가는 순간의 하루하루 모습니다. 같은 24시간의 하루지만, 어느 24 혹은 24일처럼 서로 다르게 닿는 현실을 수없이 반복해서 만난다. 그래도 낯섦과 익숙함의 만남이 동행하며, 찰나와 억겁으로 짜인 세상사는 조금씩 모습을 완성해간다. 그것이 인생이다.


 필자소개: 김윤섭 미술평론가로서 명지대 대학원 미술사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작품가격 평가 위원, ()한국미술사가감정협회 전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문화나눔프로젝트 아트디렉터, 교보문고 교보아트스페이스 기록위원, 서울시 공공미술 심의위원,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등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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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become art, 

art turns into words, 

and words paint landscapes.